옛날 그리스에 히스톤이란 처녀가 살았는데
그녀는 부모의 말을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여인이었습니다.
결혼할 때가 되어 그저 부모님이 정해 주시는 대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와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식을 얼마 앞두고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
젊은 약혼자는 싸움터로 나가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나가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님도 늙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저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죽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돌아온 장병들이 히스톤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여러번 청혼을 하였지만
그저 막연한 기다림만을 고집하였습니다.
히스톤이 기억하고 있는 약혼자의 모습이라곤
언젠가 한번 집에 찾아왔을 때
아버지를 따라가던 그의 긴 그림자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히스톤은 그만 죽고 말았는데
그의 유언대로 약혼자의 그림자가
지나간 그 자리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서 담쟁이 덩굴이 돋아나
자꾸만 높은 곳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담쟁이 덩굴이 되어 아직도 약혼자의
긴 그림자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식물에 "처녀덩굴"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