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태탐방로 표충사 숲길 탐방
나뭇잎들이 고개를 내밀면서 숲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봄인 듯 여름인 듯 숲은 청량한 향기로 가득하고, 연두와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숲길을 걷는다.
올봄은 비가 게으르지 않아서 넉넉한 계곡물 소리가 숲의 손님을 맞이한다.
매해 몇 번씩 다녔던 숲길이라 추억들이 쌓여가는 공간이다.꽃이 화려한 아름다움이라면 잎은 수수하고 은근한 끌림을 주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숲바닥에는 키 작은 꽃들이 키 큰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에도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벌써 씨를 맺은 친구들도 보인다.
나무로 가득한 숲길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 애벌레들이 매달려 있기도 하고
연하디. 연한 잎들을 먹으면서 살을 찌우고 있다.
식물을 먹고 사는 곤충이 30 % 정도 되니까 곤충들에게 식물이 먹이창고다.
식물들에게는 비상이다. 그래서 식물들도 대책을 세운다.
몸에 털이나 가시를 만들기도 하고 독성(방어물질) 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곤충들도 또 나름 전략을 세운다.
오랜 세월동안 특정한 식물을 정해놓고 먹으면서 식물들의 방어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그래서 곤충들은 자기가 좋아 하는 식물을 정해 놓고 열심히 먹는다.
이런 곤충들의 먹성을 알고 식물들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잎사귀를 만들어서
곤충들이 먹게 하고 남는 것만으로 자신이 살아 갈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곤충들도 식물들을 죽일 정도로 먹어대진 않는다.
식물들이 없으면 곤충들도 굶어 죽게 되니까 개체수를 조절한다.
곤충들의 한 살이 중 애벌레 시기는 오로지 먹고 살찌우는 데만 신경을 쓴다.
애벌레가 많은 시기에 때를 맞춰 새들은 짝짓기를 하고,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들에게는 맛있는 애벌레들을 부지런히 공수해 나른다.
곤충들에게는 애벌레 시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고,
새들에게는 가장 먹이가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시기를 맞춰서 새들은 새끼를 키우고 가족을 늘려가기도 한다.
자연의 세계는 순환의 세계 이다.
애벌레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새들은 식물의 씨를 멀리 날아 번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식물들은 곤충들의 먹이를 내어주고 곤충과 새들과 식물들은 서로 공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겨울동안 저장해둔 먹이 창고가 바닥이 낫는지 숲속의 요정 같은 다람쥐들도 먹이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보인다.
계곡이 있고 건강한 숲에는 어김없이 자라고 있는 노각나무에 시선이 머문다.
번잡함을 싫어하기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야산에서는 만나기가 어렵다.
깊은 숲에 자라는 노각나무 수피는 반지르르 하게 윤기가 나고 맑은 피부를 자랑한다.
사람에 비유한 사람주나무도 노각나무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여저저기 많이 보인다. 꽃봉오리들이 알알이 맺혀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주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회백색의 수피가 쉽게 눈에 띄며 여러 그루가 모여 곳곳이
서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의 나무란 뜻으로 사람주나무가 되었다고 짐작한다.
숲 안쪽으로 눈이 머무는 곳에는 사람들의 불편함에 베어진 나무들,
생채기가 난 나무들도 보인다.
아픈 상처를 자가 치료하기 위해 진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에 숙연해진다.하찮은 물건도 풀밭의 잡초도 이유 없이 존재 하는 것은 없거늘 .
약간 모자란 듯 불편하게 사는 것이 자연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 아닐까? 사람들의 관섭이 많을수록 자연은 자연다움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수있는건 인간스스로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식물과 동물과 다른 생명들 덕분에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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